얼마전 와이프의 39세 탄신일을 기념하며 그 진심어린 축하의 증거(?)로 휘트니 휴스턴의 내한공연에 갔다왔다.
사실 내가 이런 기념일 챙기는거에 너무 인색하고 또 낯설어하는지라 그동안 못난 남편을 인내와 이해심으로 포용해준 와이프에게 감사 또 감사할 뿐이었다. 하지만 가진 돈은 없고 그런 쪽에 정성을 들이는 문화에 익숙치 않은 나의 천성을 어찌하란 말인가?
여튼 불과 공연이 일주일도 남지 않은 어느날 나름 큰 각오를 하고 부인에게 의견을 물어 티켓을 예매했다.
휘트니휴스턴의 첫 내한공연이자 7년만의 공백을 깨고 전세계 공연투어에 나서는 나름 의미있는 공연이었다.
2010년 2월 7일 일요일 오후7시 R석 3장 (와이프는 아이들을 맏기자는 말을 무시했고 결국 큰 아이의 표까지 무리해서 구했다)
그간 꽤 많은 공연들이 내 생애에서 절대 볼수 없는 역사속으로 사라졌기에 와이프와 나의 공감대를 형성하는 휘트니의 공연은 꼭 놓치고 싶지 않았다. ( 결국 와이프 생신을 핑계로 나의 욕심을 채우려는 의도가 있었음을 숨기지 않겠다)
블라블라...공연은 정말 좋았고 그 비싼 티켓값이 아깝지 않았다. 물론 와이프도 흡족해 했고.....다만 찬미의 지친 모습과 그린이의 더위로 벌개진 얼굴이 안타까울뿐.(아이들에게는 아이들의 눈높이가 있는거다)
하지만 공연장을 나서면서 그리고 집에 돌아와 기사, 블로그에 올라온 공연후기를 보면서 듣게되는 불편한 이야기는 나에게 계속되는 질문을 남긴다.
"10년만 일찍 왔더라면....""고음처리를 못해 코러스가 대신하고.....""준비가 덜 된 듯한 불안정안 음정과 한곡도 끝까지 제대로 부르지 못해.....""성의없는 초라한 무대가 다른 내한가수들의 화려함과 비교된다"등등.......
물론 "오히려 인간적인 모습이 좋았다""고음은 아쉽지만 중.저음에서의 카리스마는 여전하다""디바만의 소울이 살아있는 압도적인 공연매너가 좋았다"등등의 옹호론이 우세이긴 했다.
그렇지만 내가 안타까웠던건 휘트니의 최고였던 시절만을 기억하려 하는 더러운(? ^.^) 관객심리였다.
타고난 목소리와 테크닉으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최고의 디바였던 그때 그 시절말이다.
하지만 미쿡도 뒤웅박팔자라는 말있 있는 것인지 남편 잘 둔 덕에 약쟁이로 전락하고 가끔씩 맞고 살다가 성대까지 상해서 가수로서는 막장까지 간게 휘트니였다는 것은 다 아는 사실이다.
그런 그녀가 과거를 정리하고 새출발할 때는 이미 전성기 디바로서의 재기는 무리다. 오히려 그보다는 돌이킬 수없는 인생과 망가진 성대를 가지고 어떻게 새로운 휘트니를 보여줄 것인지를 고민하는게 맞지 않았을까?
한달 전 접한 그녀의 신작 앨범은 휘트니가 앞으로 보여주고 싶은 모습을 엿볼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이제 그녀에게서 환상적인 "웬 다이아!"를 들을 순 없지만 중년에 접어든 질곡 겪은 여인네의 울림을 느낄 수 있어서 좋았기 때문이다. (사실 난 휘트니의 과거 힛트곡이 아닌 휘트니의 신곡을 라이브로 직접 듣고 싶어 간 것이었다.)
휘트니 역시 신곡 홍보차 순회공연을 준비했다고 보도했었지만 실제로 내한공연에서는 연주곡의 반이상이 과거 힛트곡이었고 피날레곡 역시 "웬 다이아"가 불려졌다. 물론 공연이란게 관객과의 호흡이니 그것을 간절히 원하는 한국 관객들을 위한 배려가 이해는 가지만 오히려 일부 관객들에게는 가장 말이 많았던 연주가 되고 만 것이다.
이미 갈라질대로 갈라지고 음은 처지고, 가파오는 숨을 내쉬며 (그러면서도 다른 곡과 달리 끝까지 코러스의 도움을 받지않아 그 처참함이 그대로 까발려지는 상황으로) 열창한 "I Will Always Love You"에 관객들의 안타까운 탄식이 쏟아졌다.
물론 (이상하게도) 나에게는 전성기의 목소리를 넘어서는 감동이었지만.
"여러분 이게 지금의 나에요. 이래도 저를 사랑해주실건가요? .......... 이게 인.생.이.에.요....."라고 말하는 것 같았기때문이다.
정점은 영원하지 않고 내려와야 할때 내려오는 것도 인정할 줄 알아야 삶은 계속 되는 것이다.
휘트니에게서는 그것을 받아들이는 담담함이 느껴졌고, 한때 세계 최고의 디바로 불렸던 그녀에게서 그것을 발견한 순간 난 어떤 가르침보다 뜨거운 전율로 몸이 떨렸고, 넘치는 존경심으로 숙연해졌다.
휘트니는 컨디션이 좋지않은 상태에서 단 두 번의 공연과 전성기를 지난 중년의 모습으로 팬들을 안타깝게 한 채 한국을 떠났다.
하지만 여전히 휘트니는 현재진행형이며, 그래서 나에게는 여전히 세계최고의 디바다.
ps:공연장에서 대부분의 관객은 휘트니의 컨디션난조를 걱정했고 격려했으며, 그녀의 노력에 박수를 보냈으며, 휘트니의 순회공연 첫출발지로 한국을 선택했다는데 팬으로서 고마워했음을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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